2011년 2월 18일 금요일

눈(Snow)

어릴 때는 눈이 오면 왜 그렇게 좋았을까? 추운 줄도 모르고 밖에 나가서 눈에 뒹굴고 떠들고 웃고 장난치고...
그러던 눈이였었는데 군대에서 제설작업하면서 눈에 대한 인식이 많이 바뀌었다. 강원도 방산 일대에서 소대장을 하면서 겨울에 눈을 치우는 것이 중요한 일과중에 하나였다. 눈은 왜 그렇게 많이 오는지. 군사 작전 도로는 항상 사용 가능한 상태로 유지가 되어 있어야 되기 때문에 눈이 오면 각 부대별로 제설을 하도록 되어 있다. 그런데 눈이 많이 올때는 눈을 한참을 치우고 뒤돌아보면 제설 작업을 한 지역에 또 다시 눈에 하얗게 쌓여 있다. 하루 종일 제설 작업에 눈이 원망스럽게 생각될 때도 있었다.
최근 미네소타에서 2년반 가까이 살면서 그곳 특유의 눈을 경험했다. 아주 추운 지역이고 또  눈도 많이 오는 지역이라 눈을 치우는 시스템은 잘 되어 있었다. 근데 견디기 어려운 것은 주변이 온통 회색빛이라는 것이다. 주변을 둘러 보아도 전부 히끄므레한 빛깔을 띄고 있다. 하늘도, 땅도, 호수도, 주변 건물도... 사람들의 얼굴조차도 그렇게 보일 때가 있다. 그것도 일년의 반 가까이가 그러니 그것이 너무 싫어서 이곳을 떠나게 되면 햇볕이 많은 지역으로 가자고 해서 온 곳이 오래곤 남서쪽 지역이다.
그런데 이곳에도 2011년 2월 17일 아침에 일어나니 뒷 마당에 눈이 하얗게 쌓였다. 일기 예보를 통해서 예상은 하고 있었지만 이곳의 눈은 아름답게 느껴졌다. 그야 말로 어쩌다 한 번 오는 눈이고 또 눈이 쌓였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주변에는 색깔이 있다. 뒷마당과 동네 뒷 산에 보니는 하얀 눈, 푸른 침엽수, 나무 밑에 파랗게 자태를 뽐내고 있는 잔디들, 눈에 아랑곳하지 않고 목을 곧추 세우고 있는 Blackberry들, 도도하게 흘러가는 강물 등 여전히 갖가지 색깔들이 눈에 들어온다. 그래서 아름답게 느껴진다.
각양 각색의 모양과 환경을 허락하신 하나님을 찬양한다. 우리 인간들의 무지와 무책임으로 이 세상이 많이 손상이 되었어도 이렇게 아름다운데 하나님께서 처음 이 세상을 지었을 때는 얼마나 아름다웠을까?

"하나님이 그 지으신 모든 것을 보시니 보시기에 심히 좋았더라 저녁이 되며 아침이 되니 이는 여섯째 날이니라" 창세기 1:31

댓글 4개:

  1. 운치가 있네요. 수묵화 같은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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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감성과 표현력이 뛰어난 우리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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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한때 한수묵화하셨던 봄화백.. 무려 화선지 100장 갱지 1000장(?) 사놓고 열혈모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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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아 ㅋㅋ 그런 시절도 있었더랬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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